이 책은 한반도 중・남부 지역에서 장장 45년 동안 펼쳐진 전쟁의 역사를 집성하고 있다.
단순한 집성보다는 전쟁의 성격과 진행 과정을 면밀하게 추적하여 해당 전쟁에 대한 총체적 인식이 가능하도록 구성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은 전쟁 유적 자체를 답사하면서 복기(復碁)하는 정서로써 살펴보았다. 전쟁의 주체가 된 기분으로 과거의 전장(戰場)에서 동선을 비롯한 전쟁 상황을 재현해 본 것이다.
상주 지역에서 원종과 애노의 난이 터지고, 순천만의 해룡산성에서 신라군 비장 직에 있던 진훤이 거병한 889년부터 고려에 의한 한반도의 재통일이 이루어지는 936년까지의 45년간은 승부에 승부를 거듭하던 동란의 시기였다.
45년간 펼쳐진 치열한 전쟁이 이 한 권의 책에 담겨 있다. 궁예가 상전이었던 양길을 꺾고 한반도 중부권을 제패하는 일대 전기가 되었던 비뇌성(안성) 전투, 진훤과 왕건이 격돌했던 문막(원주) 전투, 영산강유역과 서남해안 지배권을 둘러싸고 궁예나 왕건의 군대와 진훤의 군대가 격전을 치렀던 나주 일원, 후백제군의 대야성(합천)으로의 진출 과정, 경상남도 의령에서 일어난 왕봉규의 성장과 지금의 서부 경남 지역에 대한 지배권 쟁탈전, 남해안 도서(島嶼)들에서의 격돌, 조물성(의성) 전투, 후삼국시대사에서 클라이막스를 기록하는 공산(대구) 전투, 후백제가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 고창(안동) 전투와 운주성(홍성) 전투, 후백제 해군이 기습적으로 고려 왕궁을 포위하였던 발성 전투, 후백제 신검 왕자가 신라 도성 근처까지 진격했던 사탄 전투, 후삼국시대를 마무리 짓는 일리천(구미) 전투와 황산(논산) 전투가 그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숨 가쁘게 전개되었던 후삼국시대의 전쟁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는 없었다. 이 책은 후삼국시대의 전쟁과 인간, 그리고 사회와 시대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